오늘 하루를 돌아보면
분명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.
퇴근할때 아이들 픽업하고,
밥을 챙기고,
집안이 더 엉망이 되지 않게 버텼다.
그런데 막상 밤이 되면
이상하게도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.
“오늘 나는 뭐 한 게 있지?”
⸻
딱히 큰 실수도 없었고
딱히 잘한 일도 떠오르지 않는다.
회사 일도,
육아도,
집안일도
어느 하나 완전히 끝낸 느낌이 없다.
하루 종일 움직였는데
결과물은 없는 것 같은 날.
⸻
이런 날엔
하루가 그냥 통째로 빠져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.
아무것도 안 한 것 같고,
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고,
나만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스쳐 간다.
⸻
가계부를 써도,
할 일을 적어봐도
마음이 가벼워지지 않는 날이 있다.
오히려
“이것밖에 안 했어?”라는 말이
제일 먼저 떠오른다.
⸻
사실 오늘 하루를
누군가 대신 정리해 준다면
적을 수 있는 일은 꽤 많을지도 모른다.
하지만 이상하게
내 기준에서는
그 어떤 것도 ‘한 일’로 계산되지 않는다.
⸻
아무 일도 안 했는데
하루가 끝나버린 날.
이런 날이,
생각보다 낯설지 않다.
⸻
오늘은
잘한 것도, 못한 것도
굳이 정리하지 않으려고 한다.
그냥
이런 날이 있다는 사실만
적어두고 싶었다.
아무 일도 없는 하루가 아니라, 아무 판단도 하지 않는 하루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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